자명- 차요한(은철)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 고유의 차 문화와 그 제다법은 중국이나 일본처럼 각기 독립된 특성을 갖고 있다.
녹차라는 이름은 홍차와의 대립경쟁을 하려는 일본인들이 상업화 의도로 사용하게 되었는데,
오늘날 고유명사가 되어 버린 것을 우리도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것이다.
녹차는 차 잎을 증기 또는 열을 가하여 차 잎 중에 존재한 효소의 폴리페놀옥시다아제의 활성을 잃게 하여 산화를 막고
고유의 녹색을 유지시킨 것인데, 덖음차(益茶)와 찐차(蒸製茶)로 분류 생산하며 각각 色·香·味가 특이하다.
또한 차 잎을 따는 시기와 차 잎의 크기, 그리고 가공하는 방법에 따라 차의 품질이 다르고 나라마다 그 음용하는 기호도 각기 다르다.
작설차(雀舌茶)는 우리의 맥과 혼이 흐르고 멋과 풍류가 담긴 대표적인 차다.
예로부터 전해지고 있는 작설차는 잎이 참새의 혀처럼 생겼다고 하여 작설로 부르는데,
그 어린 차 잎을 한잎 한잎 손으로 따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차라고 할 수 있다.
지리산 줄기의 해풍이 닿는 산 자락에 자생하는 야생차는 국토의 좋은 토질과 뚜렷한 기후차로 인해 야생차 생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세계 어느 나라 차보다 맛과 향이 뛰어나며 전래의 제다 방법은 참으로 훌륭하다.
덖음차의 공정은 싱싱한 차 잎을 약 350도 정도로 가열된 가마솥에 넣고 고르게 덖는다.
이때에 솥 온도가 약하거나 덖는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일부가 발효 되거나 덖음이 지나쳐 타는 경우가 있다.
잘 덖어진 차를 멍석에 꺼내 열을 식히며 골고루 비벼 그늘에 말려야 하는데 이를 유념(涑捻)이라 한다.
2차 공정은 가마솥의 온도를 70∼80도 낮춘 다음 차 잎의 덩어리를 풀면서 서서히 건조한다.
같은 방법으로 6∼9회 되풀이하는 동안 차 잎의 수분은 약 5∼6%까지 건조된다.
이 공정이 7-9번 반복되는 동안 온갖 정성을 다하여야 하며 시간을 정확히 맞춰야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의 노력과 정성을 들인 다음 부스러기 등을 골라내고 마지막 열을 가하면 독특한 향이 생성되고 비로써 우리 고유의 차가 완성된다.
일본차나 중국차 대부분은 야생차가 아닌 농장에서 집단 재배방식으로 키우기 때문에 야생차에 비하여 성장이 빠르고 대량의 잎을 채취할 수 있다.
또한 생산의 모든 공정을 차 잎 따는 것에서부터 포장까지 자동화된 기계시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 전통차와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일본차가 우리보다 대략 5 배, 중국차가 10배정도 싼 가격도 이런 이유기도 하다.
극히 소량이긴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고급 야생 수제차는 품질이 아주 우수하며 그 나름대로 맛과 향이 뛰어나 값도 아주 비싼 편이다.
차의 등급을 꼭 따지자고 한다면 크게 5섯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곡우를 전후하여 첫 잎을 따 만든 것을 우전, 그 후 일주일 간격으로 딴 차를 세작, 중작, 대작, 말작 이라고 하고,
우리가 즐겨 마시는 현미녹차가 그 다음(6등급) 등급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차 생산은 일 년 중 대략 한 달 정도면 생산이 끝난다. 그 후 채취하는 차 잎은 크고 강하기 때문에 떫고, 쓴맛이 심하다.
그 맛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현미나 다른 첨가물을 섞는 것이다.
우리 전통차는 물의 온도와 우려내는 시간을 잘 조절해야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우전이나 세작의 경우 100도 끓인 물에서 약 50-60정도를 식힌 다음 다관에 차를 넣고, 30-40초 정도를 우리면 된다.
이렇게 반복하여 10회 정도를 우려도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우리는 횟수가 늘어 갈 수록 물 온도를 조금씩 높이고 시간을 조금씩 늘리면 된다.
중국 우롱차나 우리의 발효차는 물을 끓여 바로 부어 마실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는데,
이 또한 좋은 변화이다. 차의 영양학 적으로 따져 봐도 고급차나 현미녹차 속에는 큰 차이없이 고르게 영양소가 들어 있다고 한다.
차는 자극적이지 않으며 자주 마실수록 이롭기 때문에 근자 캐나다에서도 인기가 높다.
차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차를 대하는 그 정성과 잠깐의 여유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마음의 평화일 것이다.